하나에서 생겨나
과학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처음 생겨날 때의 모습은 하나의 불덩어리였는데 이 수백억 도의 초고온의 불덩어리가 대폭발하여 천지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대폭발설(Big Bang)’입니다.
종교에서는 만물의 근원을 도(道), 하느님, 일신(一神)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러왔습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였지만 결국 하나에서 지금의 우주가 펼쳐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은 다양한 만물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요?
둘[음양陰陽]로 나눠지고
동양정신의 위대한 산물인 『주역』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 (『주역』「계사전」)
도(道)가 움직일 때는 한번은 음(陰)의 운동을 하고, 한번은 양(陽)의 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면 밤새 풀잎에 맺혀있던 이슬이 따스한 햇살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 사라집니다. 다시 어스름한 밤이 되면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루는 낮과 밤으로 나눠지는데, 낮은 양(陽)에 밤은 음(陰)에 속합니다.
음양(陰陽)이라는 글자는 해가 비친 언덕(?)의 음달과 양달을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입니다. 달은 음을 대표하고 해는 양을 대표하므로 음(陰)은 ?月, 양(陽)은 ?日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해(日)와 달(月)이 합성되어 역(易)이란 글자가 만들어지는데, 역은 ‘변화(변할 역)’를 뜻합니다. 그래서 음양오행철학을 역(易)철학이라고 합니다.
음과 양의 예를 들어보면, 낮은 양이라 활동적이며 기운이 위로 올라갑니다. 밤은 음이라 정적이며 기운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양의 계절인 봄여름은 새싹이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음의 계절인 가을겨울은 낙엽이 땅을 향해 떨어집니다.
기운이 위로 올라가 상체가 발달한 남자는 양에 속하고, 기운이 밑으로 내려가 하체가 발달한 여자는 음에 속합니다. 이렇게 하나(道)는 ‘음양’의 둘로 나뉘어 존재합니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므로 양, 서쪽은 해가 지므로 음에 해당합니다. 동양인은 기운이 위로 올라와서 얼굴이 둥글둥글합니다. 서양인은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서 얼굴 윤곽이 뚜렷합니다. 또 동양은 양이라서 음을 동경하여 대개 우묵한 곳에 집을 짓고, 서양은 음이라서 양을 동경하여 주로 높은 곳에 뾰족한 모습으로 집을 짓습니다.
체(體)와 용(用)으로 달라지고
음양을 공부함에 있어 꼭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체용(體用)’입니다. 나무가 자랄 때 뿌리를 땅에 박고 줄기·가지·잎이 자라듯, 변화하는 만물은 뿌리에 해당하는 체(體)와 실제 움직이는 용(用)으로 나눠집니다. 하지만 체용은 항상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변합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선조 임금은 조선을 ‘왕의 나라’라고 하고, 이순신은 ‘백성의 나라’라고 말합니다. 누가 옳을까요? 둘 다 옳습니다.
국가를 예로 들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은 국가의 주체(體)이고 국민은 쓰임(用)이 됩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이 국가의 주인(體)으로서 자신들을 대신해서 국가를 운영(用)할 대통령을 뽑은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이면서 두 가지 모습인 음양에는 체용(體用)의 관계가 성립됩니다. 체용이라는 것은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음이 체라면 양은 용이 되고, 양이 체라면 음은 용이 됩니다.
우주와 인간의 관계
체와 용은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성립됩니다.
거대 우주에 비하면 인간은 모래 한알도 안 되는 존재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주는 만물을 낳은 부모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을 때는 무엇인가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만물의 부모인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우주의 목적을 이루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주의 자식인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우주는 인간이 꿈을 성취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우주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우주의 주인은 인간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우주가 인간을 낳은 목적을 깨닫고 이루어야 지천명(知天命)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양을 매개해주는 토(土)
만물의 변화는 일음일양(一陰一陽)의 변화입니다. 태양이 떴다가 지고, 인간이 태어났다가 죽고, 수증기가 위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다시 떨어지는 이 모든 것이 음양변화의 모습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이런 신묘한 음양 변화를 일으키게 할까요? 그것이 바로 토(土)입니다. 음과 양이 서로 만나 조화를 일으키게 매개하는 제3의 존재가 토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사귀면서 정이 들고 사랑이 싹터 결혼합니다. 성질이 다른 남자(양)와 여자(음)가 결혼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음과 양을 하나로 묶어주는 사랑과 같은 것을 ‘토(土)’라고 합니다. 토(土)는 양(+)과 음(-)이 만나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지금은 신용사회입니다. 신용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토입니다. 뼈와 뼈도 관절(土)이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팔을 볼까요? 팔이 세 부분으로 나눠지지 않았다면 막대기와 같겠죠. 그러나 팔은 상박(음), 하박(중), 손(양)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며 온갖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 어머니만 있다면 그 집안은 한 세대만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와 더불어 둘의 조화로 생겨난 자식이 있으면, 그 가정의 생명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에서 생겨난 우주는 셋으로 작용함으로써, 만물을 생성할 수 있는 완전한 체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3은 만물 생성변화의 조화를 일으킬 수 있는 최소 기본 단위입니다. 노자(老子)는 이러한 우주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 (『도덕경』)
도(道)는 일을 낳고 일은 이를 낳고 이는 삼을 낳고 삼은 만물을 낳는다.
음(陰)·양(陽)·토(土)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나는 셋으로 작용
진리는 하나님이 우주를 다스리는 통치원리라고 했습니다. 각 종교의 핵심 가르침 속에는 ‘하나가 셋으로 작용한다’는 삼수(三數)원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성부(聖父)와 성자(聖子)와 성신(聖神)의 삼위는 일체’라고 하여 이를 삼위일체(三位一體)라고 말합니다. 이 삼위일체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위격은 하나이지만, 작용은 셋으로 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는 우주라는 입장에서 보면 하나이지만 천(天)·지(地)·인(人)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주변화의 이상실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마찬가지로, 삼위일체의 성부, 성자, 성신론에서 보듯 하나님도 한 분이지만 실제 작용을 할 때는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다음 표에서 보듯, 삼수원리는 각 종교의 진리 구성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에서 생겨난 우주는 음양으로 분화된 후 토의 중재로 인해 완전한 변화의 체계가 이루어짐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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