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두 가지 변화
온 산과 들을 화려하게 수놓던 단풍도 가을을 보내기 아쉬운 듯 마지막 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천지의 변화는 참으로 어김이 없습니다. 봄여름 동안에는 싹을 틔워 가지와 잎으로 분열되어 산과 들을 온통 푸른 녹음으로 뒤덮고, 가을겨울이 되면 낙엽이 지며 풍성한 열매를 맺은 뒤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똑같은 변화를 거듭합니다. 이렇게 자연은 크게 분열[양陽]과 통일[음陰]의 과정을 어김없이 반복합니다.
하도와 낙서의 기원
이러한 자연의 음양의 변화원리를 그려놓은 것이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입니다. 하도는 지금으로부터 5600여 년 전, 배달국의 5대 환웅(桓雄)이셨던 태우의 환웅천황의 막내 아들인 태호복희(太昊伏羲)씨께서 삼신산(백두산)에서 천제를 올리신 후 하수(河水,송화강)가에서 하늘의 계시를 받아 용마(龍馬)의 등에 나타난 상을 보고 그린 것입니다.
그리고 낙서는 4000여 년 전 9년 홍수로 인해 치수사업을 하던, 하나라를 창업한 우임금이 낙수(洛水)에서 신구(神龜)의 등에 나타난 상을 보고 그린 것입니다. 이후 고대의 제왕들은 하도와 낙서를 통치의 근간으로 여겨 보물처럼 모셨습니다. ‘도서관(圖書館)’은 하도와 낙서를 모신 곳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신비한 이 그림 속에 천지만물이 생성 변화하는 원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분열과 통일의 법칙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도와 낙서는 상(象)과 수(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도에서 바깥의 양수인 9에서 시작하여 7, 3, 1, 중심점의 순서로 선을 그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음수인 8에서 시작하여 6, 4, 2, 중심점의 순서로 선을 그어보세요. 그 끝에 화살표를 그어보면 기운이 회전하면서 안으로 통일되는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낙서를 보면 중앙과 동서남북의 정위치(사정위四正位)에는 양수가 있고, 그 외(사상위四相位)에는 음수가 있습니다. 즉 낙서의 경우는 음이 양을 보좌하면서 분열하고 있는 상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볼 때 하도는 만물이 통일하는 법칙을 담고 있고, 낙서는 만물이 분열하는 법칙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도 낙서의 상생 상극 변화는 항상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도식적으로 나누어 보면 우주일년 중 선천 봄여름은 분열의 과정으로 낙서로 상징되는 상극의 이치가 만물을 다스리며, 후천 가을겨울은 통일의 과정으로 하도로 상징되는 상생의 이치가 만물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생수(生數)의 성립과 5土의 자화(自化)
다음으로 수(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만물은 분열[성장]과 통일[성숙]을 반복하므로 이것이 변화의 주축(主軸)이 됩니다. 겨울이 되면 식물은 통일된 모습인 씨(核)만 남습니다. 이것을 오행으로 수(水)라고 하는데 水라는 글자는 모든 기운이 한 군데로 모이는 것을 상징해서 만들었습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숫자로는 ‘1’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식물은 가지와 잎으로 분열됩니다. 이것을 오행으로 화(火)라고 하는데 火라는 글자는 모든 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분열하는 모습을 상징해서 만들었습니다. 통일을 상징하는 1과 함께 분열을 상징하면서 변화의 주축이 되므로 숫자로는 ‘2’입니다.
정자[양]와 난자[음]가 만나 생명이 생겨나듯 봄이 되면 음[1水]과 양[2火]이 만나 3木이라는 새싹을 내게 됩니다. 목(木)은 양기가 뿌리에서 줄기로 대지를 뚫고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상징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름까지 분열했던 식물은 가을이 되면 기운이 다시 뿌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겨울을 시작으로 봄여름을 거쳐 네 번째 단계에 위치하므로 숫자로는 4입니다. 오행으로는 금(金)이라고 하는데 金은 밥을 할 때 솥뚜껑을 덮어 증기가 발산하지 못하게 하듯이 위에서 기운을 눌러 포장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인 木火와 음인 金水가 순환무궁하며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음양 변화가 일어나도록 음양을 조화(調和)시키는 것을 토(土)라고 합니다. 토는 목화금수[四象]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다섯 번째로 생겨나는[自化] 것으로 숫자로는 5입니다(물론 土를 중심으로 보면, 토가 목화금수의 사상을 지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신비롭게도 음양 각 숫자의 합인 1(水)+ 4(金), 2(火)+3(木)을 해도 5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글자의 모양으로 봐도, 土는 음(-)과 양(+)을 합해서 만든 글자입니다.
성수(成數)의 성립
이렇게 생겨난 1, 2, 3, 4, 5를 생수(生數) 또는 명수(命數)라고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성된 수정체(1)가 자궁에 착상하게 되면 2, 3, 4[분열하고 성숙하는]의 과정을 거쳐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길러지게 됩니다. 열 달이 차서 아기가 나오려 하면, 산모는 진통을 느끼게 되는데 이 과정을 5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명(命)이 결정되는데, 태어날 당시의 연월일시 사주(四柱)를 통해 운명(運命)을 감정하는 것을 명리학(命理學)이라고 합니다. 자궁 속에서 엄마를 의지해 살던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독립된 인격체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생수인 1水, 2火, 3木, 4金, 5土는 중(中)의 성격을 가진 5土의 작용으로 1+5=6水, 2+5=7火, 3+5=8木, 4+5=9金, 5+5=10土가 됩니다. 이것을 성수(成數)라고 하는데, 이는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상징하므로 형수(形數)라고도 합니다.
十은 하느님 수
특히, 10을 완성수라고 합니다. 5(2+3, 1+4)는 양 혹은 음 한쪽만을 조화시키는 불완전한 토였지만 10은 목화금수의 합(1+2+3+4)으로 음양 모두를 조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十은 태고시대부터 하느님을 상징하는 수로 쓰였습니다.
十에서 ‘─’는 음을 뜻하며 ‘│’는 양을 뜻합니다. 음과 양이 정확히 일대일로 만나 생명(·, 가운데 만난 점)을 창조하는 모습을 상징한 것입니다.
1. 이집트의 앙크(Ankh)
2. 켈트 민족의 십자가: 십자가의 유래는 필경 이집트의‘앙크’(Ankh)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양인에게 낯익은 불교의 만(swastika, )자도 결국 십자가인 것이다. 여기에 소개한 켈트의 십자가는 교차점에 원(圓)이 포함되어 있다. 원은 태양을 말하기도 하고 전체 또는 하나를 뜻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십자가라는 것은 예수 훨씬 이전에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던 토속종교에서 이미 널리 사용하던 상징물이었다. - 『교회에서 쉬쉬하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우주를 변화시키는 土
이제 하도와 낙서의 숫자를 오행으로 보면 지난 호에서 배웠던 상생도와 상극도의 모습이 됩니다. 낙서는 선천 봄여름의 변화법칙을 나타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선천은 서로 극하면서 분열 발전하는 상극의 원리가 만물을 다스리게 되고, 후천은 서로 도우면서 통일 성숙하는 상생의 원리가 만사와 만물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후천 상생의 세상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여름[火]에서 가을[金]로 넘어갈 때는 불기운와 금기운이 서로 부딪힙니다. 이때 土가 중재하여 후천이 열리게 됩니다. 이를 후천개벽이라 합니다.
이때는 음수인 10土가 작용을 합니다. 인간역사에서는 성자들의 외침 그대로 성부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선천 창생을 후천으로 인도하는 10土의 역할을 하시게 됩니다. 증산 상제님은 인간 세상에 내려오신 우주의 주재자 하나님으로서 10土의 조화기운을 가지고 후천의 새 세상을 열어주셨습니다.
하도 낙서와 지축(地軸)
봄여름은 성장 발전하는 시기이므로 만물은 미완성되어 있습니다. 지구는 지축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만물을 키우게 되는데, 낙서는 지축이 기울어진 상을 나타냅니다(문왕팔괘도에서 후술). 앞으로 배우게 될 십간도(十干圖)와 십이지도(十二支圖)도 선천의 지축이 기울어진 미완성된 모습을 상징하여 기울어진 모습으로 그립니다.
반면 하도를 보면 숫자가 모두 중앙과 동서남북 사정방(四正方)에만 있습니다. 이를 연결해서 그려보면 완전한 십자가가 그려집니다. 이를 통해 볼 때 후천은 지축이 완전히 서는 완성된 통일세상임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는 낙서의 선천 세상에서 하도의 후천 세상으로 대전환하는 가을 대개벽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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