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가 말했다 “딸을 구해줘 고맙소”
딸 구해낸 은인에게 사망 이틀 뒤에 찾아와 “감사”
시애틀 타임즈 “뇌 아닌 가슴으로 이 기적을 믿는다”
화창한 오후였다.
지난달 28일 노스 시애틀 발라드 NW 7334 15AVE 도로.
방금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온 안나는 승용차 뒷좌석에서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잠시 후의 맛난 저녁 식사라도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로터리에서 붉은 신호등이 들어오자 앞에서 달리던 트럭이 멈춰 섰다.
앤드류 코토위치(Andrew Kotowicz)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트럭 뒤에 정차했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코토위치는 시애틀 sub pop 레코드 회사 사장과 스카우터로 10년간 근무했다. 가정은 평안했고 3살 난 안나는 파란 눈의 요정 같은 미소를 가진 딸이었다.
아내는 집에서 자신과 안나를 기다리며 정성껏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순간, 뒤에서 달려오던 포드 승용차가 코토위치의 차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순간 잃은 정신을 수습했을 때 그는 눈앞에서 날름거리는 불길을 봤다. 트럭 밑으로 끼어버린 자신의 차도, 자신을 들이받은 포드도 불타고 있었다.
딸 안나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차에서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어디를 다쳤는지 몸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간신히 문을 잡았지만 충격으로 우그러진 차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차창 너머로 보였다.
“아, 차가 곧 폭발할 것 같은데 어쩌지?”
낙담한 표정으로 잠시 차안을 살피던 그는 초인적인 힘으로
뒷문을 떼어내고 안나를 안았다.
“이제 안나는 살았구나.”
비로소 마음을 놓은 코토위치의 몸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것이 코토위치가 본 세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안나를 구한 사람은 사고도로 옆에서 샌드위치점을 하던 케니 존슨(40)이었다.
불길 속에서 안나를 꺼낸 존슨은 아이를 살펴봤다. 멍이 들고 가벼운 골절상을 입었을 뿐,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안나를 옆 미장원에 맡긴 존슨은 다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누군가가 소화기로 차량의 불을 끄고 있었다. 앞좌석에 있던 남자를 확인하려고 했을 때 911 구조대가 달려왔고 코토위치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코토위치는 그리고 3일 뒤인 31일 시애틀 하버뷰 병원에서 사망했다.
화요일이던 지난 2일 아침 6시, 일상으로 돌아온 케니가 눈을 뜨자 누군가가 침대 오른쪽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을 보내 아내는 아직 꿈결이었다.
“누구...”라고 물으려는데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딸을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아, 그러면 그 때 차 사고로...”
“그렇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도움이 필요합니다.”
케니는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남자는 몇 가지 말을 아내와 딸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사고를 일으킨 포드 운전자를 원망하지 말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사고의 원인은 포드 운전자의 간질 발작이며 과실은 아니라는 말도 남겼다.
그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하고 방을 나갔다.
사고 당시 코토위츠를 자세히 못 본 존슨은 그가 떠나자 인터넷으로 얼굴을 확인했다.
틀림없이 이틀 전에 숨진 코토위츠였다.
죽은 사람이 찾아와 감사의 말을 남기다니?
그날 오후 코토위츠의 회사를 찾은 존슨은 코토위츠의 사무실 책상에서 다시 한번 아침에 자신을 찾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는 그가 “고맙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애틀 타임즈가 보도해 화제가 된 이 사건에 대해 신문의 칼럼니스트 니콜 브로더는 이렇게 썼다. “나는 존슨을 믿는다. 물론 내 뇌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가슴은 단 한 순간도 존슨의 기적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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