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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죽음 너머를 엿본 사람들

곰선생=태화 2016. 6. 22. 14:31
죽음 너머를 엿본 사람들
과학동아 1999년5월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 소장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다 살아돌아왔다는 사람이 있다. 죽음 이후에 환생을 통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주장도 있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빛을 발견한다는 임사체험은 과연 사실일까. 죽음의 본질은 과학적으로 어디까지 밝혀졌을까.
고대 이집트의 무덤 벽화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작은 새가 미라 위를 떠돌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영혼의 존재를 믿었던 이집트인들은 죽음의 순간에 영혼의 새가 일시적으로 육체를 떠나지만 장례의 마법을 통해 언젠가는 육체와 다시 결합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탈인가 환각인가

   

람의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는 믿음은 역사를 통해 여러 문화에서 발견된다. 초심리학에서는 육체와 별개의 것으로 믿어진 영체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는 현상을 일러 유체이탈경험(OBE)이라 한다. 한마디로 유체이탈경험은 사람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을 느끼는 체험이다.

OBE는 대개 몇초에서 몇분까지 지속되며, 발생하는 원인과 장소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발생 원인에 따라 자연OBE와 강제OBE로 나뉜다. 자연OBE는 침대에서 쉬거나 잠을 자거나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강제OBE는 특정 사고 또는 상태에 의해 야기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육체가 상처를 입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강제OBE는 때때로 병원에서 겪게 된다. 어떤 환자

는 마취상태로 수술을 받는 동안에 의사들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 본 자신의 수술장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OBE는 또한 최면이나 명상에 의해 유도될 수 있다.
  

      유체이탈경험은 발생 장소에 따라 국부적 OBE와 영적 여행(astral travel)으로 나뉜다. 국부적 OBE는 사람의 육체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어떤 사건이나 장면을 체험하는 경우이다. OBE는 대부분 국부적으로 발생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수술을 받는 도중에 육체를 떠난 의식이 병실 밖으로 빠져나가 간호사와 의사가 복도에서 은밀하게 나눈 이야기를 엿듣고 돌아온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무의식 상태에서 환자가 들은 대화 내용이 당사자들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이 먼 곳으로 여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러한 OBE는 영적 여행이라 불린다.

 국부적 OBE는 특별한 형태의 환각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뇌를 통해 들어오는 감각정보와 기억 속의 내용을 결합시켜 마음으로 특정 사건을 재구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체의 사멸 후 영혼의 보존 여부가 궁금한 사람들은 마음이 몸으로부터 분리 가능함을 암시하는 영적 여행 현상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죽음에 이르는 길 5단계


람은 누구나 반드시 한번 죽는다. 지구상에서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그러나 인류는 죽음이 불가피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죽음이 모든 것에 대한 종말임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에서 내세에 대한 믿음이 비롯되었다.

   죽음 이후의 삶과 영혼의 보존에 대한 관심은 기원전 3천년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에게 하나의 강박관념이 되었다. 사후의 삶을 믿는 사람들은 영생의 개념을 특정 종교와 결부시켜 영혼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과학에 있어 무덤 저쪽의 세계는 탐구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따라서 1960년대까지 죽음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므로.

그러나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들이 목숨을 건진 경험담이 연구되면서부터 임사체험(ND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가 만든 이 용어는 죽음의 한발 앞까지 갔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음 너머의 세계를 엿본 신비스러운 체험을 일컫는다.

디는 임사체험의 연구로 일반사회의 주목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1975년 펴낸 ‘삶 이후의 삶’은 3백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된다. 무디는 이 책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후 소생한 환자 1백명의 사례보고서를 제시했는데, 모든 임사체험에는 비슷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시기에 정신과 여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역시 죽음을 앞둔 환자를 연구하여 무디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1980년 링이 발표한 임사체험의 다섯 단계는 평화로운 감정, 유체이탈경험, 터널같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기분, 빛의 발견, 빛 쪽을 향해 들어가는 단계이다. 각 단계는 평화(60%), 유체이탈(37%), 터널(23%), 빛 발견(16%), 빛 관통(10%)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그 전단계에 비해 보고되는 빈도수가 적게 나타났다.

고통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평화만이


임사체험자의 60%가 1단계(평화)에서 육체적 고통이나 두려움은 사라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느낌을 경험한다. 임사체험을 영혼 개념에 의거하지 않고 죽어가는 뇌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은 엔도르핀과 같은 화학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통증이 억제되어 행복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본다.

2단계(유체이탈)에서 임사체험자는 육신에서 분리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의 시각 및 청각 능력은 증대되고 의식은 분명하고 생생하게 깨어난다. 가령 의사가 그들을 소생시키려고 시도하면서 한 말이나 근처에서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나중에 모두 기억해낼 수 있다. 2단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임사체험자들이 예외없이 자신의 몸을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자는 3단계(어둠으로 들어가기) 동안에 육체에서 분리된 의식이 가끔 터널로 묘사되는 어두운 공간 속으로 떠다니는 느낌을 갖는다. 사후의 삶을 믿는 사람들은 터널을 내세로 가는 통로라고 생각하며, 터널의 끝이 이승과 저승이 갈리는 장소이므로 이곳에서 지구로 되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내세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터널을 경험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이론을 내놓았다. 가령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터널의 경험이 자신의 탄생을 다시 체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터널을 어머니의 산도에 비유한 셈이다. 그러나 세이건의 아이디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태아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고통스럽게 산도를 통과하는 것이 임사체험에서 묘사된 터널을 지나가는 것처럼 결코 평화로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임사체험자 중에 상당수가 제왕절개로 태어났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략>


 4단계에서 임사체험자는 터널의 끝에 나타나는 밝고 따뜻한 빛을 보게 된다. 이 빛은 처음에는 멀리 떨어진 하나의 점이었다가 그를 향해 끌려 내려와 몸을 감싼다. 많은 임사체험자들은 이 단계를 죽음의 체험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3단계에서 대뇌피질의 산소 결핍에 의해 유발된 환각으로 터널과 같은 가짜 영상을 보게 될 때 이 영상의 중심은 밝고 가장자리는 어둡다. 터널 중심부의 밝은 부분은 빛이 터널 끝을 향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유발시킨다.

마지막으로 5단계(빛 속으로 들어가기)에서 임사체험자는 터널을 빠져나와 빛 속을 향해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끔 황홀한 천상의 음악이 들려오기도 한다. 죽은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이고 빛을 발하는 전능한 존재를 만난다. 전능한 존재와 함께 이승에서의 삶을 되돌아본다. 결국 임사체험자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나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삶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육신이 이승으로 되돌아가도록 권유받는다.

환생에 대한 믿음


음 이후의 삶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환생(reincarnation)을 믿는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것을 환생이라 한다. 환생에 대한 믿음은 세계 전역에 걸쳐 수천년 동안 존재했으며,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기본 신앙으로 되어 있다. 두 종교의 신도수를 감안할 때 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환생개념을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양보다 서양에서 환생을 덜 받아들이지만 1982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네사람 중 한명은 환생을 믿는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환생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대표적 인물은 미국의 정신병학자 이안 스티븐슨 교수이다. 그는 전생회상(past-life recall) 연구를 통해 환생을 지지하는 인상적인 증거를 내놓는다.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태어났던 세상을 돌이켜 기억하는 것은 전생회상이라 한다. 전생회상은 자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최면술 따위로 유도될 수 있다. 스티븐슨은 아이들의 자발적인 전생회상에 주목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주로 두살에서 다섯살 사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2천여건의 전생회상 자료를 수집하였다. 아이들이 전생에 대해 기억해낸 것은 사람의 이름에서부터 날짜, 장소, 개인적 취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전생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삶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후의 삶과 영혼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궁금증이 존속하는 한 임사체험과 환생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을 터이다. 이런 맥락에서 죽음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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