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설계도, DNA 이중나선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는 속담은 문자 그대로 따져도 옳은 말입니다.
인간의 삶도 부모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성장하여 또 부모가 되어 혈통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동양철학에서는 흔히 인간을 소우주라고 말해왔으며, 자식이 부모를 닮듯이 인간은 천지를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최근 유전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유전자에는 주역과 마찬가지로 음양의 논리가 들어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인간의 생명은 자연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짜임새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천지의 이치를 담은 주역과, 신이 생명을 만드는데 사용한 언어인 유전자, 특히 천지의 열매인 사람의 유전자 사이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아시아 투르판의 아스타나 석굴 천장에서 발굴된 <복희여와도>를 보면,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와 유사한 꽈배기 형상의 뱀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뱀은 신화에서 과거를 벗어던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생명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복희께서 들고 있는 직각자는 만물을 창조하는 하도의 방위를 상징하며, 여와는 낙서의 시간성과 태극의 원(圓)을 그리는 컴파스를 들고 있습니다.(『증산도의 진리』제4장, 『周算經』卷上: 직각자는 방위를 강조하는 하도의 공간성을, 컴파스는 시간성을 표현하는 낙서와 태극의 원을 그리는 상징의 도구. 또한 직각자는 9X9=81 윤도수로부터 나오는데, 선천 분열의 시발점이 9에서 시작하므로 남자(양)를 상징함)
복희씨는 주역의 원리를 내놓으시고 일부일처의 혼인제도를 세우신 분인데, 부부의 결합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이 마치 DNA의 이중나선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가닥씩 받아서 만들어지는 법칙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유전자에는 생명활동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즉 유전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인체의 설계도입니다. 설계도에 맞추어 몸이라는 집을 짓다보니 눈의 색깔, 팔의 길이, 목소리 등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 유전자는 피부, 간, 심장 등의 모든 세포 안에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세포의 핵에 들어있는 핵산(DNA와 RNA)을 말합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접어들면서 관심이 고조되었습니다. 닐스 보어는 <빛과 생명>이라는 강연을 통해 주역의 상보성 원리가 생명현상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또한 슈뢰딩거는 생명의 언어가 점과 선으로 된 음양의 부호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말미암아 1953년 4월에 왓슨과 크릭은 「핵산의 분자구조」라는 논문을 통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해명하게 되었습니다.
사상(四象)과 유전자코드
두 가닥으로 된 DNA는 옆에서 보면 나선형의 사다리 구조이지만, 원통 위에서 보면 S자형 태극 모양입니다. 또 10계단을 진행하여 나선이 한 번 회전하고 있습니다.
주역과 유전자코드의 유사성을 알아보면, 유전자 코드는 우선 피리미딘과 퓨린을 음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피리미딘 형은 다시 시토신(C)과 티민(T), 퓨린 형은 구아닌(G)과 아데닌(A)이라는 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짝짓기는 항상 C=G, T=A라는 음양으로 이루어져서 이중나선은 남녀가 껴안은 것처럼 서로 휘감기게 됩니다. 4종의 염기를 이진법으로 표기하면 C·T·G·A는 00, 01, 10, 11가 되는데, 주역의 사상(四象)과 연관됨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