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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아, 꼭꼭 씹어 먹어야지! 7년 전 어느 날 새벽,

곰선생=태화 2015. 7. 1. 12:09
가영아, 꼭꼭 씹어 먹어야지!
7년 전 어느 날 새벽,
가영이에게 찾아온 극심한 복통과 구토, 그리고 복부팽만.
그냥 체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우리 가영이에게 찾아온 고통이
그렇게 잔인한 놈이라는 걸 아는데
체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고통과의 조우
그렇게 7년, 아직도 꿈이었으면 좋겠어!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갔지만,
금세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만성 가성 장폐색증(K 59.8)이라는
처음 듣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먹 지 못 하 는 말 도 안 돼 는 병!

왜 하필 저렇게 예쁘고 착한 우리 딸에게 찾아온 거냐고
따져 물을 기운도 없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이 병으로 가영이는 위에서 대장까지
장 운동을 스스로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음식물을 몸 속에서 소화시키지 못해
필요한 영양분을 고열량 정맥영양주사(TPN)로
투약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성장하려면 필요한 영양분을
몸 속에 흡수시키기 위해
케모포트라는 관을 심는 수술을 시작으로
오직 주사만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며
병원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7년,
전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이 고통이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 꿈 이길 바랍니다.





갈라진 땅 속에 피어난 작은 꽃, 희망
그러나 계속되는 가뭄, 끝나지 않는 고통


목마르면 지나가던 강아지도 마실 수 있는 물.
그러나 우리 가영이는 그런 물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심장개복술 등 숨가쁘게 이어진 16여 차례의 수술.
가영이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그나마 3년 전 받은 위 절제술과 회장루술(소장끝 대변주머니 삽입 술)덕에
죽이라도 몇 숟갈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희망을 조금씩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몇 숟갈로는 영양공급 불균형으로
탈수와 성장 발육이 되지 않기에
병원과 집에서 매일 영양주사를 투여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가영이는 주사바늘 빼는 날 없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극소량의 음식 맛을 보며 희망을 보았지만,
합병증이 찾아왔습니다.
치아 파열과 충치, 골다공증, 신장석회, 케모포트 감염 등
나열하기도 힘든 합병증들이 지칠 대로
지친 아이의 몸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아준 제 스스로를 원망하며 미안함에 아이와
눈 마주치는 것조차 죄스러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닦고 또 닦아야 했습니다.

합병증은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치료,
회장루술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배 복압으로 소장이 15cm 이상 밀려나와
출혈과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끝나지 않는 고통들...
기도 안 차는 현실 앞에 대신 아파 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말도 안 되는 말만 되새기고 있습니다.





버티기, 버티기, 버티기
미안해도, 아파도, 힘들어도...


두 돌 되기 전 진단받고, 7년 넘게 지내온 병원입니다.
가영이에게 병원은 집이었고, 병상침대는 가장 편한 방이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그게 현실이었습니다.

10년을 주사바늘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가영이에게만 쏟아도 모자란 사랑이지만,
이제 중학생이 된 오빠에게도 나눠줘야 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월, TPN 주사를 집에서 맞히기로 하고 퇴원을 결정했습니다.
병원이 아닌 공간이 불안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너무나 미안했지만
엄마이기에 미안한 마음을 버티며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사실,
병원에서 해주던 모든 것을 집에서 직접 해주려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약을 타러 다니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응급상황이 생겨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언제 뛰어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긴장 속에 살아가지만,
우리 가영이가 병원 밖 세상에서 먹는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버틸 자신이 있습니다.

아직도 몇 차례 수술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끝없이 주사 줄에 의지하는 딸아이의 삶이지만,
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행복한 저녁식사 시간,
가영아, 꼭꼭 씹어 먹어야지!
라고 말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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