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 구다사이."
(분신님! 분신님! 어서 와주십시오.)
"분신님, 저의 장래는 어떻게 되나요?"
입시 중압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분신사마 놀이가 있다. 그런데 이 놀이는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야 단순한 놀이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실은 굉장히 위험한 장난이다.
이들이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것은 자기의 의식을 닫고 외부의 영(靈)을 부르는 첫단계이다. 주문을 외우면서 귀신을 부르면 실제로 다가온다. 볼펜이 저절로 돌아가 글을 쓰는 것도 물론 귀신의 힘이다.
언젠가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실에서 3명의 여학생이 앉아 볼펜을 마주잡고 '분신사마' 주문을 위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볼펜이 움직이는 것으로 귀신이 찾아온 걸 확인한 학생들은 질문을 한다.
"너는 무슨 귀신이니?"
그러자 잡고 있던 볼펜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한 여학생의 이름을 썼다. 순간 학생들은 경악하며 볼펜을 놓쳐 버렸다. 그 여학생은 한 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같은 반 친구였던 것이다. 일정한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영계와 교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빙의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분신사마'를 하다가 귀신이 들려 법당을 찾은 20대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분신사마 놀이를 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대학교를 들어갈 것인지, 성적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등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분신사마' 주문을 외우면 갑자기 온 몸이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짜릿해지면서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한다. 이 여성에게는 늘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귀신이 답을 해주었으며,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영험'하다는 명성가지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다는 우쭐한 마음에 분신사마 놀이에 심취하게 되었고 급기야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귀신은 분신사마 놀이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언제나 이 여성 곁에 머물며 참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지 귀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눈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귀신은 이 여성의 몸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인지, 남의 몸인지 모를 지경이 되어서야 법당을 찾아왔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스스로 빙의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시(靈視)를 통해 귀신을 불러보니 빙의된 여성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존재였다. 개인적인 인연령의 경우 퇴마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인연법으로 얽혀 있을 경우 그것을 먼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경우 우연히 들어왔기 때문에 잘 달래서 내보내면 될 것 같았다.
귀신은 아주 고운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 왜 거기 들어갔느냐? 네 몸도 아닌데. 좋은 데로 보내줄테니 어서 나와라."
"거짓말 하지 마라.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 여기가 좋다. 바깥 세상은 춥고 무서운데, 이 몸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이제 경우 자리잡았는데 내가 왜 나가냐?"
할머니 귀신은 순순히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사실 귀신들도 나름대로 치열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있다.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갈 경우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빙의하려고 혈안이 된다.
결국 빙의령은 몇 대 얻어맞은 뒤에야 항복을 선언했다. 약속대로 영계로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는 두려워하던 녀석도 영계로 들어서면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녀석처럼 유계를 떠도는 대부분의 귀신들은 영계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이며, 자신이 평소에 가졌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신사마' 놀이는 매우 위험하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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