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의 간판선수 존 시나가 10년 만에 WWE 최정상급이 아닌, 중간 디비전에 도전하고 있다.
존 시나는 'WWE의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오랜만에 WWE를 보는 이들도 "아직도 존 시나가 챔피언이냐"고 물을 정도로 존 시나는 WWE의 메인 이벤터 라인업에서 WWE를 이끌어온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프로레슬링 뉴스레터(http://wrestlingpaper.com)는 그런 존 시나가 지난 2월에 이어 10년 만에 WWE 중간급 벨트인 US 챔피언십을 또 치른다고 밝혔다.
존 시나는 지난 3월 9일(이하 현지시간) WWE RAW 생방송을 통해 루세프와 대진을 성사시켰다.
존 시나는 이날 방송에서 러시아를 추종하는 캐릭터인 루세프가 커티스 액슬과 경기에서 승리한 후에 미국을 비난하자 링 위로 달려와 루세프와 몸싸움을 벌였다.
존 시나는 루세프에게 피니셔인 STF를 걸어 루세프가 실신할 때까지 놔주지 않다가 루세프에게 생수를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다시 STF를 선사했다. 루세프는 링 바닥을 치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존 시나는 풀어주지 않았고 결국 보다 못한 라나가 존 시나에게 WWE 레슬매니아 31에서 US 챔피언십 경기를 치르겠다고 약속하자 그제서야 존 시나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루세프를 풀어줬다.
이로써 존 시나는 오는 3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서 열리는 WWE 최대의 축제 레슬매니아 31에서 루세프와 US 챔피언십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존 시나는 "루세프에게 도전을 거부당한 이후 올해 레슬매니아 31에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며 이번 WWE 레슬매니아 31에서 경기를 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레슬매니아 출전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특권'"이라며 "루세프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고 그의 피니셔인 애콜레이드 역시 무적의 기술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이번엔 내가 레슬매니아 무대 위에서 우쭐거리는 '수퍼 애슬리트'에게 겸손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창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반미(反美)를 상징하는 루세프와 경기를 가지는 인물이 존 시나라는 점은 이상하지 않다. 존 시나는 이미 지난 2월 스페셜 이벤트인 WWE 패스트레인에서 루세프와 경기를 치렀다.
재미있는 것은 그간 WWE의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해 메인 이벤터 라인을 지배해오던 존 시나가 WWE의 중간급 라인업에서 지속적인 활약 중이라는 것이다. 존 시나는 앞서서도 브록 레스너와 대립 이전에 브레이 와이어트와도 대립해 중간급 라인업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번 루세프와의 대립은 US 챔피언십을 걸고 하는 것이어서 중간급 대립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실제로 존 시나는 지난 2005년 3월 1일 WWE 스맥다운(Smackdown!) 방송에서 올랜도 조던에게 US 타이틀을 뺏긴 뒤 10년 만인 지난 2월 US 챔피언십 경기를 치렀다. 이어 이번 WWE 레슬매니아 31에서도 US 챔피언십 경기에 나서 쇼의 '메인'이 아닌,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존 시나가 WWE에서 위상이 떨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물론 WWE 내부에서도 아직 40세도 되지 않은 존 시나가 WWE의 '베테랑' 역할로 TV 쇼에 나오고 있는 모습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 시나가 중간 디비전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마치 베테랑 레슬러들이 중간 디비전의 레슬러를 띄워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즉 존 시나는 자신의 위치에 있어선 커리어의 하향세 없는 최정상급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되 중간 디비전의 선수들에게는 점프-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팬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많은 WWE 팬들은 존 시나가 WWE에서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리며 언제나 힘든 일을 도맡아온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존 시나가 중간 디비전에서 활동하는 모습에 대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존 시나 역시 큰 불만은 없어 보인다. 존 시나는 여전히 경기장에서 성인 팬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즐기며 쇼에 임하고 있다.
존 시나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만 38세인 나 역시 6~10세 아동층을 노린 프로그램보다는 보다 자극적인 코미디와 스토리라인을 즐긴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성인 팬들의 야유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 시나는 "나는 그와 동시에 관중석의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현실 속의 수퍼히어로이자 동경할 수 있는 인간이 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내가 맡은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타인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말로 프로레슬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존 시나의 이같은 발언은 존 시나의 프로패셔널함과 베테랑의 자세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인터뷰는 해외 팬들에게도 이슈로 다가와 존 시나를 '새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존 시나는 WWE의 중간급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WWE의 중간 디비전을 자신이 속한 메인 이벤터 디비전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젊은 레슬러들이 존 시나를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그를 본받고 싶어한다는 점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어쩌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믿을맨' 존 시나 덕분에 WWE는 '제 2의 존 시나'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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