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으로 환생, 전생 日경찰인 조카를 과실치사
우리는 종종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궁금해 한다. 과연 전생에 저 사람과 나와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하고. 그러나 세상엔 선연(善緣)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엔 좋은 인연처럼 보일지라도 깊이 알고 보면 악연일 때가 있다. 이를 무의식적 인과라 한다.
잠실 법당에 유난히 얼굴이 어두운 남자가 찾아왔다. 푸석한 얼굴에 검은 정장. 무언가 죄의식에 사로잡혀있는 듯 눈동자는 불안했다. '교도소에서 출감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의 첫마디였다. 과연 무슨 죄를 졌기에 형까지 살았어야만 했는가. '사실 나이 어린 조카를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그러나 분명 고의는 아니었다. 조카를 끔찍이 사랑했던 그는 어느 날 조카가 심한 장난을 치자 잘 타이른다고 평소 잘 하던 권투놀이처럼 슬쩍 배를 때렸는데 그만 장파열로 죽고 만 것. '장난처럼 때렸는데 어떻게 장파열로 죽을 수가 있습니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알 수 없는 살기가 그의 손에 스며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아직도 조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법사님 죽은 조카가 제 자식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과실치사라는 현실적인 형벌을 받았지만 조카에게 속죄할 방도를 찾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구명시식 당일. 그는 조카를 위한 장문의 편지를 준비했다. 그리고 조카 영가가 찾아온 영단 앞에 앉아 촛불 아래서 조용히 낭독하기 시작했다.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니? 제발 내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다오. 평생 속죄하며 살 수 있게…. 눈물의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어린 조카와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악연으로 맺어져 있었던 것. 악연의 시작은 조부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의 조부는 황해도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셨다. 애국심이 투철하셨던 그 분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일제에 항거하다 결국 집요하게 추적했던 일본 경찰에게 잡혀 심한 고문을 당하던 중 장파열로 순국하셨다. 바로 그 조부님이 그의 전생이었고 조부를 장파열로 숨지게 한 일본 경찰은 조카로 환생했던 것이다. 참혹한 윤회의 결과였다.
'혹시 조부께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고문을 받고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맞습니다. 어렸을 적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혹시?' 사실을 안 그는 손에 들었던 편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잊고선 영단을 바라봤다. 한순간 그의 모습에서 조부님의 영가가 오버랩 됐다. 이로써 현생에서 벌어진 사건의 원인이 밝혀진 것.
'조카가 자식으로 태어난다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상극의 인연을 상생의 인연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악연으로 맺어질 수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연속되는 악연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이 말의 인과를 살펴보자. 까마귀가 훨훨 날아오르는 순간 그만 배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배가 나무 밑을 기어가던 뱀을 죽였다. 뱀은 멧돼지로 환생해 바위를 굴려 알을 품고 있던 까마귀를 죽였고 까마귀는 다시 사냥꾼으로 태어나 멧돼지를 총으로 쐈다. 죽은 멧돼지는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괴롭히는 패륜아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냥꾼은 알지 못한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무의식적 인과라는 사실을.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과는 철저히 윤회한다. 이번 구명시식에서 나는 현생의 악연 뿐 아니라 전생의 악연까지 풀어야만 했다. 상극을 상생으로 악연을 선연으로 맺도록 하는 것이 구명시식의 핵심이므로. 부디 그와 어린 조카가 아름답게 재회하여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바랄 뿐이다.
삶은 죽음으로부터 말미암고 죽음은 삶으로부터 말미암는다 .
선령은 자손줄을 타고 다시 태어나느니라.
살해하고 자살한 모친 '전생 악연'
90년대초 충청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의사인 K씨와 아내, 약제사 등 3명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돼, 연일 신문 톱기사로 다뤄졌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온갖 억측만 무성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세월이 흘러 유가족이 나를 찾아왔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살인범을 잡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구명시식을 방해할 뿐이라며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했다. 결국 그 가족은 마음을 바꿔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 영가들을 천도하는 의미에서 구명시식을 올렸다.
구명시식이 시작되자 피해자 영가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수십 군데 칼에 찔려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그들은 '우리는 범인을 알고 있다'며 강력하게 처벌을 요구했다. '범인은 바로….' 그 때였다. 피해자 영가들 뒤로 초청하지 않은 영가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범인과 그의 아내. 이미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돈때문에 죽였습니다.' 범인 영가는 죄를 뉘우치며 피해자 영가들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자 '내가 당신들을 죽였지만 당신들은 나와 내 아내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얼마 지나지않아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더 이상 악연이 계속되면 안될 것 같아 그 자리에서 구명시식을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을 위한 일동의 합동 위령제로 바꾸었다. 악연을 풀고 좋은 곳으로 가라는 기도에 두 가족 간의 한의 매듭이 풀렸다. 법적으로는 지금도 미제이나 영적으로는 해결된 사건인 셈이다.
이렇듯 악연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다. 최근 경제난을 이유로 집단 가족 자살사건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결과는 자살일지 모르나, 이는 얽히고설킨 살인사건. 자기가 낳은 자식을 죽이고 배우자를 죽인 뒤 목숨을 끊는 행태, 가족이란 이름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건만 돈때문에 이 소중한 인연을 죽이는 비극은 어떤 의미에서건 용서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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