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세계 이야기/무속이야기

전생이야기

곰선생=태화 2015. 3. 9. 17:16


그의 노래는 슥슥 그어낸 한국화같다. 빈틈도 많고, 단순하다. 막걸리 한사발에 젓가락 장단을 치며 부를 유행가도 그가 부르면 구슬픈 이별가가 된다. 너무 꽉 짜여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요즘 노래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노래의 여백 사이로 듣는 이의 삶이 스며들어가면 비로소 그의 노래는 완전해진다. 

 


소리꾼 장사익을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길을 못 찾아 헤맨 기자를 위해 대문 앞에 나와 있었다. 기자를 보자 두 팔을 벌려 반가워한다...(중략).. 

- 전생을 믿으십니까?

"믿는 편이에요. 어머니가 생전에 점을 보러갔더니 제가 전생에 '기생'(妓生)'이라고 그랬대요. 

 

꼭 맞혔지 뭐. 분위기를 즐겁게 북돋워주는 것 아녀. 그래서 내가 '기생(起生)'이라고 한문 이름을 지었어요. 생기를 북돋워주는 기생이다. 세상과 삶을 아름답게 어릿광대처럼 돋워주는 놈이라고 해요. 제 공연을 찾는 분들이 다 돈 없는 사람들이에요. 8만원 짜리 표를 사면서 8만번을 고민하는 분들이야. 그런 분들에게 기생처럼 힘을 줘야지."

 

...(중략)..


◆ 죽음을 통해 삶을 노래하다

-'하늘가는 길', '꽃구경', '허허바다', '황혼길' 등 창작곡 30곡 중에 9곡이 죽음에 관한 곡입니다. 죽음에 천착하는 이유가 뭔가요?

"낮과 밤,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있잖아요.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우리는 죽음을 터부시하고 멀리하려고만 해요. 그래서 수년 전부터 한국적인 레퀴엠, 죽음에 관한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두울 때 밝음을 그리워하듯이, 추운 겨울에 여름을 생각하듯이 죽음을 알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우치게 되지."


- 지금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게 있다면 뭘까요?

"없어요. 나는 제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가 낳아주신 것, 아내를 만난 것, 헷갈리며 살았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노래를 하기 위한 빈 공간의 벽돌이라고 생각을 한단 말이요. 뱃속아이가 탯줄을 잡듯이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올바른 길을 가다보면 누구나 꽃을 피울 수 있다는거지.

 

 

모두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 후회하고 폼 잡는게 무슨 상관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