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철학/동양철학

0은 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곰선생=태화 2014. 9. 9. 16:42
우주와 원자력의 기초는 `숫자`
기사입력 2008-09-23 15:41 기사원문보기
만일 인간이 문자만을 사용하고 숫자를 사용할 줄 몰랐다면 인류 문화와 문명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분명히 'NO'일 것이다.

우선 숫자가 없었다면 시대순으로 기록된 역사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역사는 시간, 바로 숫자라고 하는 연대를 기준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간 흐름을 따라 기록된 인류 역사는 바로 인류 문화 축적의 기록이며 동시에 인류 문화 발달에 촉진제가 됐다.

모든 사물이 그렇겠지만 숫자와 시간은 특별한 관계가 있다. 만일 인간이 숫자 개념이 없고 숫자를 사용할 줄 모른다면 동물에게처럼 역사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인간과 99% 동일한 DNA를 가진 침팬지 같은 동물은 시간을 본능적으로 느끼겠지만 숫자를 체계적으로 사용할 줄 모른다.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문화는 진보할 수 없다.

◆ 0은 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 그렇다면 언제쯤부터 인간은 숫자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역사적으로 숫자의 사용 연대를 추적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숫자 사용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나라고 하는 존재 의미가 숫자 1로 시작돼 나와 너라고 하는 2로 계속 발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1이라는 숫자는 하나밖에 없으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도 가장 고독한 숫자다.

인간은 계속 1에서 9까지 숫자를 사용하면서 더 많은 수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불행하게도 인간 기억력 한계는 그 많은 자연수를 모두 만들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10진법 기초가 된 0의 발견은 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에서 시작한 0에서 9, 아니 1에서 10까지 숫자는 우주의 기원이고 우주의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974년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 천문대에서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은하계 내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 보낸 아레시보 성간 메시지(Arecibo Intersteller Message) 제일 위에 있는 것이 1에서 10까지의 숫자다. 이는 자연수가 기본적인 수이면서 곧 우주의 공통언어로 만일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서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우주 공통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π=3.14, 중력의 가속도 G, 피타고라스 상수=1.41, 빛의 속도 30만㎞/초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10진법 탄생으로 아무리 많은 숫자도 쉽게 표시할 수 있어 우주를 탐구하려는 인간 호기심이 충족되기 시작했다. 과학 발달과 더불어 인간은 더 빠른 계산을 필요로 하면서 1과 0만을 사용하는 2진법을 이용했다. 이를 이용해 컴퓨터를 개발해 삶의 질을 높이고 우주탐험도 가능해졌다.

1과 0 의미는 1은 'YES', 0은 'NO'다. 혹는 1은 '있다', 0은 '없다'로 해석된다. 전기회로에서 1은 'ON', 0은 'OFF'를 의미한다. 이런 점만 생각하더라도 0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은 0과 1의 조합으로 정보를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곧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 기술이 거대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원자력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 0은 끝이 아닌 시작

= 10진법과 컴퓨터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아무것도 없는 무의 개념인 0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0이라는 숫자는 놀랍게도 1~9보다 훨씬 늦게 발견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0의 기호는 서기 876년 인도 어느 묘비에 쓰인 증거가 있다. 일단 그 발견은 기원후로 추측된다. 0은 인도 철학과 종교(열반)에 근거한 것으로 고도의 추상적 사고력이 낳은 산물이다. 지금까지 많은 수학자가 오랫동안 0이 숫자인지를 두고 논쟁을 해왔을 정도다.

하지만 0이 우리들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강력하다. 0은 양수(+)도 음수(-)도 아닌 '무(無)'일 뿐이며, 현대 수학에서 나눗셈을 허용하지 않는 등 어떤 의미에서 0은 수학 합리성을 붕괴시키는 특수한 힘을 갖고 있다. 0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0을 통해서 수학이라는 우주의 언어를 파악하고 그것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막연한 질서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또 인간은 숫자를 사용할 줄 아는 지혜를 통해 엄청난 크기의 밀도를 가진 핵을 깨뜨리는 비밀도 알아냈다.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가 빛의 속도에 제곱비례(C²)한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E=mc²)을 통해 원자폭탄과 상업용 원자로가 탄생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자력은 수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인간 두뇌가 만들어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주를 이해하는 모든 수학은 무라고 하는 0의 토대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긴 세월을 거쳐 온 0의 탄생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런 의미에서 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고 절망과 기쁨의 은유적인 상징이며, 없음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없음이다. 또 0은 우리 모두의 궁극적인 근원이자 영원한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0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출구로 수학과 철학,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숫자다.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