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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정말 미세먼지와 상극인가?

곰선생=태화 2014. 3. 4. 16:57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퇴근 후 삼겹살을 자주 먹는 이유에 대해 우리들에게 하루 종일 마신 (이제는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분필가루를 제거하기 위한 특효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선생님들께서 지친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 저녁에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구웠겠지만 아이들에게 설명할 나름 명분도 필요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또 실제 그런 효능이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미세먼지가 최근 기승을 부리면서 삼겹살의 효능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어떤 기사를 보면 '삼겹살이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있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도 나오고, 또 다른 기사를 보면 '삼겹살의 지방이 미세먼지 속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체내흡수를 돕기 때문에 위험하다'고도 나온다. 미세먼지에 대한 삼겹살의 효능설과 유해설이 여기저기서 '밝혀졌다' 는 식의 문장으로 일반인들을 헛갈리게 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취재 결론부터 말하면 의료계 등의 의견은 '삼겹살은 미세먼지에 유해하지도 무해하지도 않다' 다. 더 확장해서 이야기해 보면 '특정 음식이 미세먼지의 흡착율을 더 높인다든 지, 낮춘다든 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가 결론이다.

삼겹살은 분진흡수에 효과가 있다?

서두에도 이야기했듯, 교사, 광부 등 분진에 심하게 노출되는 직업군들은 하나같이 삼겹살의 지방이 목에 낀 분필가루나 석탄가루를 제거해 준다고 믿고 먹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어디에도 삼겹살의 지방이 분진흡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아마도 양돈업계가 불황일 때 소비 진작차원에서 나온 이야기 같지만 그 말이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반박을 심하게 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정설처럼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삼겹살은 미세먼지와 상극?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삼겹살이 미세먼지와 흡착이 잘돼 체내 유해물질을 축적시킨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한돈협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내 놓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단체의 주장은 객관성을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막연한 불안감에 그다지 사람들은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삼겹살 유해설도 의료계에서는 '검증된 바 없다'고 말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관련이 있고, 음식물은 소화기를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의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인체에 중금속은 체지방에 쌓이는데 돼지 비계가 그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막연히 상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가 있는 건 '물'

의사들은 특정 음식이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의 체내 축적을 돕는다든지, 악화시킨다든지 하는 말은 그야말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다만, 물의 경우는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기관지의 섬모나 폐포를 마르지 않게 해서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충분한 수분 섭취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