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세계 이야기/칠성신과 산신이야기

[스크랩] 우리의 어머니가 간직해 오신 삼신신앙

곰선생=태화 2013. 10. 19. 15:10
우리의 어머니가 간직해 오신 삼신신앙


우리 어머니의 세대는 다르다. "가난했지. 그리고 옛날에 무슨 약이 있어야지." 삼신신앙에 대한 나의 질문을 받자 어머니는 이 말부터 앞세우지만,
자손을 내려주는 삼신에 대한 경외심은 변함 없어 보인다. 어머니에게 가시화될 수 있는 삼신할머니 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신령한 힘을 지닌 삼신이라 알고 있을 따름이다. 여기에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삼신께 기도드리는 큰어머니의 모습과 시집을 간 후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진다. 충북 옥천으로 시집을 와서 대개 농사를 짓고 살았던 어머니가 들려 준 삼신신앙은 이렇게 정리된다.

안방 시렁에는 일년 사시사철 쌀 두 되 정도를 넣은 '삼신주머니'를 매달아놓았다. '삼신주머니'는 바로 삼신의 신체(神體)로서, 아기의 잉태와 순산, 무병장수, 자손번성과 가내 평안 등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을 모신 것이다. 산모의 산통이 시작되면 시할머니나 시어머니가 목욕재계한 뒤 삼신의 신체 앞에서 정성어린 기도를 드렸다. 삼신상에는 미역과 쌀, 정한수를 올려놓고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비비면서 아기의 순산을 빌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할머니께 비나이다..." 이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삼신할머니께 드리는 축원기도 자료를 찾아보니 내용이 이러하다.

"삼신할머니가 입을 복도 많이 붙여 주고, 먹을 복도 많이 붙여 주고, 짧은 명은 길게 하고, 긴 명은 쟁반에다 서리 서리 서려 놓게 점지하시고, 앉아서 천 리 보고, 서서 구만 리 보시는 삼신할머니가, 섭섭한 일 있더라도 무릎 밑에 접어놓고 어린 유아를 치들고 받들어서 먹고 자고, 먹고 놀고, 아침 이슬에 외붇듯이, 달 붇듯이, 더럭더럭 붇게 점지하여 주십사. 명일랑 동방삭의 명을 타고, 복을랑 석승의 복을 타고, 남의 눈에 꽃으로 보고, 잎으로 보게 점지하오소사."

아기를 출산하면 즉시 삼신상에 올려진 미역과 쌀로 국과 밥을 지어 삼신할머니에게 고맙다고 상을 차려 올리고 다시 산모와 아기의 무탈함을 빌었다. 아무리 빈궁한 때라도 삼신상에는 반드시 쌀로만 지은 흰밥과 미역국을 올렸다. 하루에 세 번, 끼니때마다 삼신상을 차렸는데, 산모에게는 이 상에 올렸던 밥과 국을 그대로 먹게 했다. 삼신상은 기도를 드리는 시할머니나 시어머니가 차렸는데, 출산 후 삼일 동안은 한번도 거르지 않고 끼니때마다 하루 세 번씩 올렸고, 그리고 나면 첫 이렛날, 둘째 이렛날, 셋째 이렛날(삼칠일)에 새로 국과 밥을 떠놓았다. 좁은 안방에서 오가는 사람의 발에 걸려 엎어 질까봐 상 대신 깨끗한 짚을 깔아 사용하기도 하였단다.

삼신할머니께 드리는 기도는 삼칠일이 지난 후에도 계속된다. 특히 어린아이가 아플 때면 삼신 앞에 그 어머니와 할머니가 맑은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빌었다. 옛날 예방주사나 치료약이 귀하던 때에 동네에서 홍역으로 죽은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가 홍역을 할 때도 삼신할머니에게 빌었다.

귀한 자손을 내려주고 무탈하게 자라도록 보살펴 줄 때는 삼신할머니가 자애롭기 그지없는 신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 만은 않았다. 삼신할머니는 또한 무서운 신이기도 하다.
당시 사람들은 삼신을 노하게 하면 아이를 잡아간다고 믿었다. 아이에게 병이 생기면 어른의 행실이 잘못되어 '부정타서' 그런 것이라 여기고 아이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삼신에게 받는 '벌'로서 물을 10대접 정도 먹고 삼신할머니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또 아이가 홍역과 같은 병에 걸리면, 부모는 한 겨울이라도 홑바지 홑저고리에다 소멍에를 뒤집어쓰고 자신이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니 잘못을 용서해주고 부디 아이를 살려달라고 삼신할머니께 빌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유아가 정상이 아닐 때는 삼신에 대한 두려움과 자책감이 얼마나 심하였을까.

 

출처 : 귀신과 영혼의 신비
글쓴이 : 곰선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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