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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노래 신청하다

곰선생=태화 2013. 8. 4. 20:33

귀신이 노래 신청하다

친구와함께 부르고 싶다" 생전 애창곡 신청  얼마 전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다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청취자가 나와 노래 실력을 뽐내는 전화 노래방 시간이었다. 앞서 노래한 분들은 정말 가수 뺨치는 실력으로 멋진 트로트를 선보였지만 마지막으로 부른 분은 정말 듣기 민망했다.
 청취자야 노래가 싫으면 채널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진행자와 심사위원은 저 노래를 끝까지 들어야만 하니 얼마나 고역일까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니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것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해야 하나.
 구명시식에서는 영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천도를 돕기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과거 한 영가가 구체적인 곡명을 언급하며 노래를 신청하기에 들려줬는데 영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이후 죽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대개 노래 순서가 있기 전 영가의 신청곡을 받는데 이제는 영가들이 먼저 알고 노래를 신청한다. 그러면 이내 법당에 모인 참관자들은 통기타 가수의 노랫소리에 빠져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번 구명시식을 올리게 되면 초혼한 영가 뿐 아니라 영가와 관계된 다른 영가들까지 셀 수 없이 많이 오신다. 그러니 노래만 나오면 제각각 힘주어 합창을 하기 마련. 오직 내 귀에만 들리니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처음부터 끝까지 흥을 깨서는 안 된다. 노래 못 하는 영가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고역을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
 얼마 전, 5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스트 프렌드의 구명시식을 올려주고 싶다며 은행 간부 K씨가 찾아왔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부모님과 조상님,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구명시식을 올린 바 있어 또 무슨 구명시식을 올리느냐고 묻자 정말 친했던 친구의 이름을 꺼냈다.
 가족이나 친지의 구명시식에 친구 영가가 나타나는 일은 있어도 오직 친구 한 사람을 위해 구명시식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친한 친구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가깝게 지냈고 사회에 나가서 힘든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친구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공을 친구에게 돌렸다.
 친구는 평범하게 살다갔지만 K씨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처럼 기뻐했는데 그만 병으로 일찍 눈을 감게 됐다. 가장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술 한 잔을 기울여도 예전 같지 않았다. 친구가 그리워 한 밤중에 일어나 앨범을 넘기며 눈물을 흘리던 중 불현듯 구명시식을 떠올렸다. 친구도 분명히 좋아할 것 같았다.
 구명시식에 나타난 친구 영가는 "친구야, 우리 공주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나니? 너와 같이 '백마강 달밤에'란 노래가 부르고 싶구나. 법사님,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나는 K씨에게 친구가 '백마강 달밤에'란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고 하자 너무 놀라며 "그 노래는 유일한 친구의 18번입니다. 노래라고는 그 노래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라고 했다.
 
이로써 다시 한 번 영혼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문제는 가수 분이 그 노래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 노래책을 뒤적이며 '백마강 달밤에'를 찾자 영가가 직접 귀띔으로 가사를 전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백마강 달밤에'가 연주됐다.
 백제의 한이 서린 백마강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노래였지만 K씨 친구 영가가 부르는 '백마강 달밤에'를 듣고 있노라니 웃음이 절로 났다. 하지만 끝까지 웃음을 참으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영가는 쑥스러워 하며 "제 노래에 박수를 쳐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비록 노래 못하는 영가의 노래는 고역이지만 이 또한 영능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임을 잘 알기에 오늘도 영가의 노래에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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