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水火)의 분리에서 병이 발생
천지는 일월(日月)에 의해 수화(水火)운동을 하고, 수화의 감리(坎離)운동에 의해 천지는 삼라만상 만물이라는 단(丹)을 맺게 됩니다. 소우주인 사람의 인체 역시 수화운동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생명의 핵인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놓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화가 서서히 분리되면서, 화기(火氣)는 두 눈으로 발산하여 나가는데, 이를 ‘신광(神光)이 이목(二目)으로 발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기(水氣), 즉 명광(命光)은 아래의 음근(淫根)으로 발광(發廣)하여 나가버립니다. 분산되는 이 신광(神光, 性光)과 명광(命光)을 안으로 통일하는 것이 수행에서 정기신을 단련하는 요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상 대단히 어렵습니다.
수화가 분리되면서 인체는 정자와 난자만 낳는 것이 아니라 수화운동의 부조화로 인하여 오장육부에 미세한 균이 생기게 됩니다. 심지어는 골수 속에도 골수를 갉아먹는 미세균이 번식하기도 합니다. 즉 몸이 약하면 벌레의 일종인 미세균이 번식하게 되는데, 이는 수화의 불균형에서 초래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균들은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풍이 들었다고 할 때 ‘풍(風)’이라는 한자를 보면 벌레 ‘충(?)’ 글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수화일체의 통일을 강조해왔습니다.
수화(水火)를 통일해야
양(+)전기와 음(-)전기가 합쳐지듯 수화가 통일되면 인체는 두 눈 사이[性根]에서 광명이 일어나고 하단전의 명문에서는 단(丹)의 기운이 일어납니다. 이를 ‘성명쌍수(性命雙修)’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위아래로 분산되던 임맥과 독맥이 다시 하나가 되고 활성화됩니다.
명나라 말의 유명한 의학자인 장경악(張景岳, 1562∼1639)이 이르기를, 사람은 40세에 이르면 이미 자기 원기의 50프로가 소진된다고 합니다. 40세가 넘어가면서 임독맥이 약해지고 정수가 부족되면서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변하기도 합니다. 여자는 오십이 넘어가면서 일부 호르몬 공급이 중지되고 경도(經度)가 단경(斷經)됩니다. 남자는 64세에 이르면 정단을 만드는 힘이 아주 쇠약해집니다. 그런데 이를 되돌리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을 하면 하단전의 기혈(氣穴)에서 따뜻한 기운이 열리는데, 여기에 의식을 가하면 이 기운이 하강하여 회음을 지나 뒤의 미려혈로 나와 척추를 타고 상행하게 됩니다. 즉 독맥을 따라 상행합니다(현대의학에서 독맥은 모든 장부를 관장하는 중추신경계인 것으로 밝혀낸 바 있음). 독맥을 따라 기운이 상행하면, 인체의 모든 장부가 활성화됩니다. 독맥에서 밑에서 7번째에 소심진주(小心眞主)라는 명문이 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도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진양(眞陽)이 거하는 곳입니다. 현대의학적으로는 이곳에 요추신경이 있으며 성(性) 신경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정수(精水)를 회복하는 길
인체는 차가워지면 병이 생깁니다. 따뜻해야 합니다. 동양의학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명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명문, 요추신경이 차가워지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습니다. 설사가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찬 음식을 금해야 합니다. 식후에 바로 국물이나 물 등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것 또한 금하는 게 좋습니다. 음기운이 양기운을 꺼뜨리기 때문입니다.
불가에서 ‘적멸’을 강조하는 것도 음화(陰火)인 심장의 화염을 꺼뜨리기 때문입니다. 음기를 적멸하면 자연히 하단전에서 순양의 양기가 일어납니다. 이 순양의 양기가 열반이요, 기쁨이요, 평화입니다.
한방에서는 양기를 회복하는 약으로 팔미지황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만, 아주 오래도록 복용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수화일체로 인체가 통일되면 그야말로 쾌적한 신체가 됩니다. 사시장춘(四時長春)이 되는 것입니다. 원나라 시대에 장춘자(長春子, 1148~1227)라는 도호를 가진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칭기스칸의 부름을 받아 멀리 서역에까지 갔다 온 도인인데, 언제나 몸의 상태가 사시장춘과 같았다고 합니다. 이는 그의 몸이 언제나 양기가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양자(純陽子)’ 나 ‘일양자(一陽子)’라는 도호도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방에 중풍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이는 밖에서 들어온 풍이 아니고 안에서 정수의 부족으로 뇌신경이 출혈되거나 억색(臆塞)되면서 오는 것입니다. 치매도 중풍과 유사한 이치로 발생합니다. 인체의 정수가 부족하면 양기가 집결되어 있는 뇌가 오그라듭니다. 뇌수, 척수, 골수의 신경계는 모두 동일한 정수조직입니다. 정수는 따뜻한 바람이 불면 자라나고 찬바람이 불면 억색 고갈됩니다.
중풍, 치매, 암, 당뇨 등의 성인병은 그 발생 원인이 모두 정수 부족과 그로 인하여 수화가 엉키고 잘못되어 발생하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에 이들의 치료법이 있지만, 사실상 모두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실지로는 정수 즉, 수기를 보충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낫는 사람도 실은 자기의 원기가 스스로 낫게 한 것입니다.
수기(水氣)를 보충하는 것은 진양(眞陽)을 보충하는 것이므로 근본적으로는 수행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수행은 초등학교 이내의 나이 때 가장 잘됩니다. 이는 수행은 순양지기(純陽之氣)가 충만해 있을 때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원기가 쇠잔해진 성인은 그 만큼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수행은 남녀노소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생명의 요체요, 무병장수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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