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 생략...)
나는 최면술의 기본원리와 일반인들의 오해에 대해 설명해주고 처음부터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 것을 주의시켰다. 피암시성을 테스트하고 기본적인 자기최면을 가르치기 위해 치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뒤로 깊숙이 젖혀지는 의자에 편안한 자세로 앉힌 다음 긴장을 풀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최면 유도에 들어갔다.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그대로 최면상태를 깊게 하여 전생으로의 퇴행을 시도해 보았다. 그 이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편의상 최면 시술을 하는 나를 '김'으로, 원종진 환자를 '원'으로 표기한다.
김 : 주위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까?
원 :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쟁텁니다‥. 저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김 :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
원 : 저는 여잡니다‥. 제 이름은 순례‥. 스물세 살입니다‥. 옷이 다 찢어지고 더럽습니다‥.
김 : 보이는 것들을 얘기하십시오.
원 : (다급하고 겁먹은 소리로) ‥건물이 불타고 있고 주위는 황량합니다‥. 시체는 없는데‥ 청나라 병사 두 명이 날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들이 보이고‥ 무섭습니다‥. 저는 아기를 데리고 있는데‥ 곧 능욕당할 것 같습니다‥. (숨이 거칠어지며 진땀을 흘림)
김 : 긴장을 풀고 그 장면을 떠납니다.
(중략...)
원 : 결혼 후 시어머니는 자식을 못 낳는다고 구박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2년 후에 딸 둘을 차례로 낳았습니다‥. 한 아이는 전쟁에서 죽었구요‥. 죽은 아이가 제가 전쟁터에서 같이 있던 아입니다‥.
김 : 한 아이는 어디 있습니까?
원 : 집에 있습니다.
김 : 그 생애에서 다음의 중요한 사건으로 갑니다‥.
원 : ‥제가 중이 되어 있습니다‥. 해안가의 절인데‥ 저는 비구니입니다‥.
김 : 몇 살인가요?
원 : 스물일곱 살입니다‥.
김 : 왜 중이 되었나요?
원 : ‥저는 청나라 병사들에게 강간당한 후‥ 화냥년이란 소리를 동네에서 들었고, 결국 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김 : 절 이름이 뭡니까?
원 : 물고기 어(魚)자가 들어가고, 장기말에 있는 초(楚)자가 크게 보입니다‥. [나는 '범어사(梵魚寺)'의 '범(梵)'자를 '초(楚)'자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여 나중에 그를 최면에서 깨운 뒤에 물어보았지만, 그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 : 그 때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원 : ‥가족을 잊으려 하지만 잘 안 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마음인데‥ 괴롭습니다‥.
김 : 법명은 뭡니까?
원 : ‥유심입니다‥.
김 : 이제 그 생애의 죽음의 순간으로 갑니다‥. 뭐가 보입니까?
원 : ‥암자의 작은 방입니다‥. 저는 누워 있습니다‥. 주위에는 비구니 세 명이 앉아 있습니다‥.
김 : 몇 살입니까?
원 : 68셉니다‥.
김 : 병이 있었나요?
원 : ‥심장병입니다‥. 30대의 비구니와 더 젊은 비구니 둘이 있는데, 30대의 비구니가 울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저와 같이 근무하는 박정식입니다‥. 울 일이 아닌데 울고 있군요‥. (담담한 목소리로) ‥저는 마음이 무척 편합니다‥. 제 모습은 아주 초췌한 노인입니다‥.
김 : 죽음의 순간으로 가 보십시오.
원 : ‥캄캄합니다‥. 다시 밝아졌고, 저는 방안에 떠 있습니다‥. 내 육신이 보이고, 비구니들이 울고 있습니다‥. 이제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김 : 뭐가 보입니까?
원 : ‥푸른 하늘이 보이고, 밝은 빛줄기가 보입니다‥. 그 빛을 따라갑니다.
김 : 그 빛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것을 얘기하십시오‥.
원 : ‥그 생애에서 해야 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안타까운 목소리로) ‥수행을 더 했어야 하는데, 제 자신의 좌절로 인해 주저앉아버려, 남을 돕지 못했습니다‥. 저를 능욕한 청나라 병사들의 영혼은 참으로 불쌍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몹시 괴로운 얼굴을 함) ‥나는 더 큰 수행과 깨달음을 가르쳤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했습니다‥. 더 상승하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흐느껴 움)
김 :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제는 돌아갑니다‥. (현재로 돌아온 후 각성시킴)
그는 자책과 후회의 감정을 강하게 보였고, 현재로 돌아와 최면에서 깨어나기 전, 퇴행에서 보았던 두 딸 중 하나가 현생에서 자신의 어머니라고 했고, 자신을 강간한 두 명의 청나라 병사도 같은 직장의 두 동료라고 했다.
깨어난 후의 그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놀라고 어리둥절하여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완전히 믿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음 약속시간을 정하고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전생으로의 퇴행이 성공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경우와 같이, 그 생애에서의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억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 사건의 기억 속에는 그만큼 강한 감정적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생 퇴행에서 회상해낸 것들이 과연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기억인가의 여부에 대해, 또 환상이나 환각이 아닐까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나 역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정신질환자들이 보이는 환각 증상들은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일이 없다. 환각 증상과 복잡한 사고 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는 급성 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할 때, 언제자 약물치료에 먼저 반응하는 것은 환각 증상이다. 환자들의 환각들은 두렵거나 무섭고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 많아, 전생 퇴행에서처럼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일관된 스토리를 읽을 수 없다.
전생 퇴행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의 근원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증상이나 문제의 극적인 호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정신분석적인 면담치료중 잊고 있던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 그 기억과 현재의 증상 사이의 연관을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로 증상의 호전을 보이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전생 퇴행은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최면분석의 연령 퇴행 방법을 연장하여, 태어나기 이전의 더 먼 과거로 돌아간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칼 융Carl Jung이 주장하는 집단무의식 이론은 각각의 집단마다 공통된 경험과 문화배경으로 형성된 공동의 기억창고가 있고, 그 집단의 구성원은 누구나 그 창고에서 기억들을 꺼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전생퇴행을 통한 기억 재생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생생하며, 그 기억들을 따라 조사를 해보았을 때 실제로 그러한 인물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살았었고, 사소한 사실들도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한 예가 많이 있다. 또한 전생의 기억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성격이나 특별한 재주, 약점 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환자도 처음 경험한 퇴행이었지만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장면을 기억해냈고, 전생에서 어릴 때 두고 떠났던 딸이 현생의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 심한 간섭과 자식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환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전생에서 버림받았던 딸로서의 아픈 기억들을 잠재의식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자식이 된 전생의 어머니가 이번에도 자기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환자는 어릴 때부터 불교 자체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절에 가면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자의반 타의반으로 구도의 생활을 했던 한 많은 비구니에게 절은 마음의 안식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강간했던 두 사람을 한 직장에서 다시 만났고, 같은 절에서 지냈던 비구니를 역시 직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것은 이들이 환자와의 관계에서 청산해야 할 어떤 업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세계 이야기 > 신의세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직의사가 죽음을 앞 둔 환자에게서 느꼈던 영혼의 존재 (0) | 2015.06.04 |
---|---|
죽은 후에 영혼은 끼리끼리 모여 생활한다 (0) | 2015.05.27 |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0) | 2015.05.20 |
영혼의 세계-개리 래취맨(Gary Lachman) (0) | 2015.05.18 |
조상님은 하느님 (0) | 2015.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