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미, 유준상, 김강현 주연의 <꿈보다 해몽>의 이광국 감독은 한국의 대표 예술감독인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2005년 작품 <극장전>의 연출부를 출발로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년 <하하하>까지 조감독을 맡았다. <꿈보다 해몽>은 <로맨스 조>에 이은 이광국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이광국 감독을 소개할 때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임을 먼저 밝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의 작품들이 광의의 스타일에서 홍상수 감독과 많이 닮아있다. 그의 데뷔작 <로맨스 조>에서는 그 그늘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많이 보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더 이상 그늘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한번 제대로 놀아 볼 멍석으로 삼는다. 홍상수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유사 사건의 반복, 특정 장소의 집착과 애착, 동일한 사람들간의 계속되는 우연적 만남을 그대로 차용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한 두 편밖에 보지 못한, 그의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이라면 그의 작품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꿈보다 해몽>에는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들인 유준상이 주연인데다, 김태우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두 번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홍상수 감독 스스로도 그의 가장 최근작인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주연의 <자유의 언덕>에서 예의 패턴은 유지한 채, 편집의 시간 순서를 섞는 방법으로 극의 재미를 더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보였다. 또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에피소드들을 끼워 넣음으로 바램과 이루어짐의 의미를 잘 살려냈다. 이광국 감독의 이번 작품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이것은 오히려 상상을 차단시켜 관객이 자기만의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홍상수 영화의 지적 유희마저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지루하고 재미없고 너무도 뻔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이광국 감독은 이 뻔할 수 있음을 제목에서처럼 '해몽'으로 완전히 만회, 아니 역전시킨다. 꿈은 꿈일 뿐이나, 현실의 고민을 반영하다. 그리고 그 해몽에 따라, 특히 그 해몽이 비교적 정확하여 설득 당할 때 그 해몽은 다시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꿈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현실은 다시 그 현실이 반영된 꿈을 낳는다. 삶에 있어 바램과 이루어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바로 해몽, 내가 이 꿈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가에 있다. 생각은 실천을 낳는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우리나라에서 총기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터졌다. 한 명도 아니고 몇 명씩 사살하고 스스로도 자살한 사건들이다. 뉴스를 접하고도 여기가 내가 살아온 한국이 맞나 싶다. 이런 끔찍한 강력사건과 사고들을 너무 많이 접하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싶기도 하다. 일련의 일들이 지금 대한민국이 꾸고 있는 악몽이라면, 이제 우린 그 악몽을 벗어날 수 있게 그 해몽을 잘해야 한다. 그래,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이불에 축축하게 오줌을 싸고 기분 나쁘고 찝찝하게 깨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은 깨어나는 '꿈' 말이다.
꿈과 현실, 해몽과 삶을 다룬 영화 <꿈보다 해몽>은 2월 28일(토) 오후4시 상영 후 이광국 감독과의 대화까지 이어지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톡>에서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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