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 개념의 유래
음양이란 원래 음지와 양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아가 음지와 양지의 두 특성, 즉 어두움과 밝음, 차
가움과 따스함이 모든 존재의 대립된 성향을 나타내는 기본 개념이 되었다.
양계초는 <음양오행설의 역사>에서 음과 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양陰陽 두 글자의 의미를 <설문해자> 부부阜部에서 찾아보면 “음陰은 어둡다는 의미이다. 강의 남
쪽, 산의 북쪽을 가리킨다 ... 양陽은 높고 밝다는 의미이다.” 고 되어 있다 ... 음의 본의는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이며 또 무엇이 무엇을 가리면 반드시 어두우므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어둡다는 뜻이 되
었다. 양은 해가 땅 위에 있는 모습이므로 일출의 의미를 지닌다. 또 해가 뜨면 따뜻해지기 때문에 다
시 그 의미가 확대되어 따뜻한 기운을 양기陽氣라고 하게 되었다.
이처럼 처음에는 음과 양이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즉 밝은 것, 따뜻한 것은 양, 어두운 것,
차가운 것은 음이라고 불렀다.
은주 시대 이전의 이른바 음양이라는 것은 자연계 속의 하찮고 미세한 현상에 불과하였으며, 어떤 심오한 의
미를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 양자가 합해져서 ‘음양’이란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음양이 서로 연속된 하나의 명사가 되고 무형 무상한 두 가지 대대對對적인 성질을 가리키게
된 것은 대체로 공자 혹은 노자부터 시작되었다.
음양 개념의 3가지 기원설
사송령은 <음양오행학설사>에서 음양 관념의 기원에 대해 세 가지 설을 언급한다.
첫째는 <주역>기원설인데 이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장자>의 “역易은 음양을 말한 것이다” 란 문구를 그 증
거로 사용한다. 그들은 효상爻象인 (양), (음)에 이미 음양 관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양)은 하늘을
상징하고, (음)은 땅을 상징한다. 또 하늘과 땅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성기기원설인데 이것은 음양 관념이 생식기 숭배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하는 견해이다. 가령 노자의 ‘골
짜기’난 ‘신비스러운 문’ 등의 개념은 여성과 음을 상징하며, 음을 숭상한다. 그들은 음양이라고 표기하여 음을
양 앞에 위치하게 하여 음을 양보다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셋째는 자연취상설인데 이는 음양 관념이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기원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해가 떴
을 때는 양이고 해가 지면 음이라는 생각이다. 양계초의 주장에 근거해서도 그렇고, 필자는 이 중 가장 합리적
인 주장은 자연취상설이 아닌가 한다.
양계초의 음양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
양계초는 음양의 신비적 사용이나 원리적 사용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원래 음과 양
이 중국 고대 저술들에서 사용된 의미는 단지 부분적 현상들을 지칭하는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 이전에는 이른바 음양이라든가 오행이라든가 하는 말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고 그 의
미도 극히 평이한 것이었다. 또 이 두 가지 말이 함께 인용된 적도 없었다. 모든 경전과 공자, 노자,
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 모든 사상가들도 그에 대해서 언급한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
설邪說을 지어내어 혹세무민한 자는 누구인가. 그 시원은 ... 추연과 동중서, 유향이다. (양계초, 음양
오행설의 연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양 사상은 현재 중국 철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이러한(음양과 오행) 이상야릇한 체계는 마침내 이천년 동안 모든 사람들의 심리에 뿌리내렸고, 모
든 사람의 일을 지배하였다. 아아, 우리의 생사와 관련된 의약도 모두 이러한 관념의 산물이며, 중국
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중화민국의 국기도 이러한 관념이 가장 잘 드러난 표상이니 또 무엇을 말하겠
는가?”(양계초, 음양오행설의 연구)
이처럼 중국 고대부터 자연과 인간을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된 음양론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주론, 존재론,
인간론, 정치론, 문명론에까지 동양의 모든 사유에 내포되어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론이다. 따라서 음양 사상
을 단지 미신으로 치부하는 양계초의 주장은 한편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서복관은 <음양오행설과 관련문헌 연구>에서 “음양을 우주에 존재하는 두 가지 상반되고 상호 작용하는 기본
적인 원소 혹은 동력이라고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서 여러 가지 현상의 변화 법칙 혹은 근원을 설명하게 된 것
은 상당한 기간의 발전과 전개를 거친 후였다. 양계초처럼 음양오행설을 ‘미신’이라고 단정하는 태도는 사상사
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고 말한다.
음양론은 상호 관계적 체계
음과 양은 상호 간에 하나의 존재가 상대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것은 존재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만사만물이 상호 의존하고 유기적 관계 속에 있을 때만이 생성이 가능함과 같다. 그래서 <춘추
>에서는 “홀로 있는 음과 홀로 있는 양은 어떠한 것도 생성시키지 못한다(獨陰不生 獨陽不生)”라고 하였다. 즉
음과 양은 상호 작용함으로써 만물을 생성시킨다는 뜻이다.
런던대학 교수를 역임한 동양학 연구의 권위자인 그레이엄은 <음양과 상관적 사유>에서 음양, 삼재, 오행 등
동양의 우주론이 갖는 규칙적 구조에 대해 서양 논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음양의 논리는 현현顯現
하는 모든 것들의 상관적 사유를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 규칙임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한 체계구성(대립적인 두 항)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잠겨있는 모든 것을 표면으로 연결
시키는 그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종류의 사유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하나의 정합적이지
만 매우 단순화된 도식이다. 그 우주론자는 왜 깜짝 놀란 새들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물속으로 헤
엄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 설명은 고립된 유비들이 아니라 전 체
계를 통한 유사와 대조로써 이루어진다.(그레이엄, 음양과 상관적 사유)
이러한 설명은 존재하는 대립적 현상들에 대한 음양적 구분이 가지는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서양의 원
자론에서 모든 존재의 최소 단위가 원자로 한다면, 음양 사상은 그러한 최소 단위조차 근거하게 되는 존재자
들의 존재 원리와 변화 원리를 동시에 갖는다. 즉 음과 양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을 상호 관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것이다. 음양은 원래 존재 원리로서 만물이 상호 관계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음양론, 인간과 사회를 설명하다
동양적 사유의 특징은 이러한 음양 원리가 단지 우주와 만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도 동일
하게 적용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동중서는 “하늘 대지 운행의 규칙은 음이 한번 주도하고 양이 한번 주도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는 이러한 음양 관계는 인간 사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서 ‘성스러운 사람(성인)의 통치도 이러한 규칙에
의거해서 추진된다’고 말한다.
불행의 씨앗, 동중서의 양존음비
음과 양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설을 떠나서 음과 양이 상징하는 대상은
음과 양을 구분하면서부터 정해진 것이다. 일단 하늘을 양이라고 하고, 땅을 음이라 하는 것에서 양과 음은 그
성격이 분명히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된다.
특히 [주역]<계사전>에 나오는 “천존지비”나 동중서의 <춘추번로>에서 말하는 “양존음비”가 그러하다. 특히
동중서는 양은 남성을, 음은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러한 음양 사상은 곧 “남존여비” 사상의 토
대가 된다. 즉 자연철학적인 원리인 음양이 남녀의 구분과 관계를 규정하는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음양 사상이 존재한다.
음양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또는 본래 시각의 회복)
음과 양은 다 아는바와 같이 서로 상반된 성향을 지니는 것이다. 동중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사물 또는 사태에는 반드시 짝, 즉 상호 의존의 관계가 있다. 짝의 예를 들어보자. 반드시 위쪽이
있으면 반드시 아래쪽도 있다. 반드시 왼쪽이 있으면 반드시 오른쪽도 있다.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
시 추함이 있다. 기쁨이 있으면 반드시 분노도 있다. 이것이 모두 짝의 실례다. 음은 양의 짝이고, 아내
는 남편의 짝이고, 자식은 아버지의 짝이고, 신하는 군주의 짝이다. 사물과 사태에는 짝이 없는 경우가
없다. 짝은 그 자체로 음과 양으로 분류된다. (동중서, 춘추번로)
그러나 이러한 음양의 구분은 서로 대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호 작용하기 위해서이다. 즉 음양은
우주와 인간을 구성하는 상호 보완 요소이다. 그래서 <주역>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한 번 음하고 한번 양
하는 것이 바로 만물의 법칙一陰一陽之謂道”이며, 동중서 또한 “양은 음을 아우르고, 음은 양을 아우른다”고
말한다.
이 후 음양론이 지배자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남성 우월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전개되었지만 처음
음양 사상의 출현은 오히려 조화와 상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음양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종교와철학 > 동양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는 (0) | 2014.06.13 |
---|---|
복희팔괘도의 구성 (0) | 2014.06.11 |
땅 기운의 변화 육기(六氣) (0) | 2014.06.08 |
서양에서는 13, 특히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면 불길한 날로 여긴다. (0) | 2014.06.06 |
☆.서양 근대문명의 본질적 한계를 논리화시켜 정립한 캔윌버!! (0) | 2014.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