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세계 이야기/신의세계이야기

나무 귀신 이야기

곰선생=태화 2014. 4. 19. 20:47

나무 귀신 이야기

<초목의 정령>


우리 겨레는 나무를 표현할 때 인체에 빗대는 버릇이 있다. 가령 나무에 물방울이 서렸으면 운다고 하고, 나뭇 가지가 꺾여 물기가 축축히 고이며 피가 난다고 하고, 잎이 시들면 수맥을 찾아 침질, 뜸질을 하여 주었다.

심지어 과일 나무의 Y자형 가지에 남자 성기 모양의 돌을 끼워주어 나무시집을 보내주기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무에 신이 있다고 믿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강화도 정족산성 남문 바로 왼쪽 전방에 밑동만 남은 썩은 고목 한그루가 보존되고 있는데, 이 나무가 그 유명한 운나무이다. 즉, 나라에 외침이 있을 때마다 이 나무가 미리 울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오래된 나무일수록 영험이 있다고 믿어져 자식을 낳게 해 달라고 빌거나, 마을의 각종 제사를 이 곳에서 지내기도 한다. 요즘도 시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둥구나무라는 것이 있는 데 마을 노인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예로부터 둥구나무에 나무의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믿어 왔기 때문이다. 나무의 정령에 관한 몇 가지 예를 문헌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사 1>

흥인문 안에 있는 파성군의 집 앞에는 커다란 괴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어느 날 한밤중에 파성군의 사위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무사들이 나타나서 무예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려고 했더니 무례하다고 하여 무사들이 그를 꽁꽁 묵고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이었다.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었고 그 고통은 실로 참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아팠다. 거의 지쳐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사나이가 무사들 사이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이 사람은 나의 주인인데 어찌 이렇게 못살게 군단 말인가" 하고 크게 꾸짖으며 재빨리 포승을 풀고 부축하여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다.

그가 문에 들어서며 뒤돌아보니 그 대장부는 괴목 밑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를 괴롭혔던 무사들은 귀신이었고 그를 도와준 사나이는 괴목의 정령이었다. 《청파극담》


 


고사 2>

조선을 창립한 이성계가 소년 시절에 칠성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어 어쩔 수 없이 길옆에 서 있던 큰 고목 밑둥지의 움푹 파인 곳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

한 참 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 잠이 깨고 말았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오늘밤 이 시중(이성계)이 목욕 재개를 하고 칠성제를 올리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데 우리 함께 제삿밥이나 얻어 먹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무 속에서 "오늘은 나에게 손님이 와 있어서 갈 수가 없다네"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를 들은 나그네는 괴이하게 여겨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밖으로부터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 왔다.

"이 시중의 집에 가 보았더니 왕림하신 성군(星君)들이 공양물이 청결하지 못하다고 화를 내며 모두 떠나 버려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돌아오고 말았다네" 하는 것이었다.

이를 들은 나그네는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급히 서둘러 이 시중을 찾아가 나무 속에서 들은 말을 그대로 알리게 되었다.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 시중은 나그네를 집에 머물게 하고 수십일 동안 목욕 재개하고 다시 칠성 기도를 올렸다. 이날 밤 나그네를 다시 고목에 가서 묵게 하였는데, 한 밤중에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 왔다.

"여보게 오늘밤 이 시중이 칠성제를 올리는데 자네도 함께 가지 않겠는가?" 하자 나무 속에서,"전에 머물렀던 손님이 오늘 묵고 있어서 나는 갈 수가 없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다시 바깥에서 음성이 들려 왔다.

"오늘은 이 시중이 지극한 정성으로 제를 올려 성군(星君)들께서 모두 기뻐하셨네."

이를 들은 나그네는 황급히 달려가 이 시중에게 들은 대로 전하였고 이성계는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였다고 한다.
《오산설림초고》


실제로 1919년에 조사된 [조선거수노수명목지(朝鮮巨樹老樹名木誌)]에 따르면 이렇게 신성시된 나무가 전국에 1108 그루가 있었고, 이 중에서도 특히 부락제의 대상이 되는 나무가 460 그루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고목마다 저마다의 영험에 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바, 실로 나무의 정령을 믿는 풍습이 지대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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