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병도 박사가 죽음을 삼년 앞둔 시점에서 평생 자신의 학설을 뒤집고 단군 조선의 실재를 인정한 기사로 1986년 10월 9일 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다. 당시 사학계의 거두였던 두계 이병도의 이 참회기사는 조선일보 특집기사로 1면에 실릴만큼 사회의 파장은 엄청났다. 식민사관과 친일파들에게 의해 숨겨졌던 한민족의 고대사가 해방 후 세상에 처음 드러났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단군신화' 운운하며 강단사학은 우물안개구리마냥 허우적거리고있다.
고조선의 실증적 존재가 있는데 그 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단군'이 보통명사라는건 사학계에 공인된 사실임에도, 2096년간의 단군조선의 첫 왕인 단군왕검의 탄생을 아직도 신화라 치부함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군은 신화아닌 우리국조
- 조선일보 1986년 10월 9일자 인용
"역대왕조의 단군제사 일제때 끊겼다"
대체 천이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지만 그중에서 천을 군장의 뜻으로 해석할 때에는 개천절은 즉 「군장을 개설한다」는 것이 되므로 개국, 건국의 뜻이 된다.
그러면 우리의 이른바 개천은 즉 최고 시조인 단군의 즉위와 개국을 의미하는 개천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그런데 삼국유사 기이 제1권의 「고조선(왕검조선)」조에 의하면 『단군왕검이 아사달에 도읍하고 국호를 조선이라 하였다』고 했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가히 실현할 만하므로 하늘이 그를 인간세계에 내려보내 다스리게 하니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정 신단수하에 내려와 이곳을 신시라 하고 그를 환웅천왕이라고 하게 되었는데, 그는 풍백(풍신) 우사(우신) 운사(운신)의 삼신을 거느리고 주곡 주명 주형 주선악등 무릇 인간삼백육십여사를 주관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일견 지상국가를 천상국가의 한 연장으로 관념한데서 생긴 신화와 같이 보이나 이 신화를 검토하면 환웅천왕의 존재는 실상 지상국가를 개창한 군장이라기 보다는 인간사회의 백사를 주관하는 수호신적 성격을 가진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서낭당은 천왕당
이 수호신의 주처는 곧 신단수로 이것은 지금 민속중에 생생히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서낭당이 그곳이니 선왕당(서낭당)은 즉 천왕당인 것이다. 이 서낭당의 나무가 곧 신단수 그것이고 그 밑의 돌무더기가 신단이다. 그리고 옛날에 이 신단을 중심으로 한 부락이 신시였던 것이다.
신단수는 실상 원시사회의 수목숭배(수목숭배)에서 시작되어 처음에는 수목자체가 신 그것이었는데, 그후 변천하여 신단수는 천신 천왕의 강하계단, 혹은 천왕의 주처 또는 그것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렇다하고 옛날의 국호는 대개 도읍지의 이름과 일치하므로 단군의 도읍지라고하는 아사달(아사달)이 정작 국호였고 조선은 후에 이르러 「아사달」을 아역한 것이니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 논문집(사회과학)제2집에 「아사달과 조선」이란 졸고를 통해서 자세히 발표하였다. 환웅천왕이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고기에 전하여 오지만 여기의 웅녀는 고기에는 웅이 여신으로 화한 것이라 하나 이는 웅(곰) 토템족의 여자로 해석하여야 옳다고 나는 연래 주장해 오고 있다.
즉 웅을 신성시하여 자기의 조상이 곰에서 나왔다 하여 종족의 칭호로 삼던 족속의 여자란 뜻이다. 그리고 보면 웅녀는 지상족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환웅은 천상족, 천신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단군은 즉 이 천신족과 지신족과의 결혼에서 생긴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10월3일(음력)을 개천절이라 하여 단군의 개국일로 기념하여 온 데는 역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십월절은 종교적으로나 민족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 달이다.
즉 십월절은 4계절의 하나로서 계절과 농업과는 큰 관계를 가졌으므로 고대 농업사회에서는 계절이란 것을 상당히 중시하였다. 그래서 계절마다 부락공동체의 종교적 대제전이 행해져 신인공락(신인공락)의 놀이를 하였던 것이다. 이를 계절제(Season festival)라고 하는 것인데 계절제중에서도 더 중요시하는 것이 락종(하종)시의 계절제와 추수기의 계절제였다.
이 두 계절제는 어느 계절제보다 더 중요시하고 따라서 그 의식도 성대하였다. 전자는 즉 신에게 년사의 풍등을 기원하는 것, 후자는 수확에 대한 감사제 혹은 천신제로서 서양에서는 이것을 「Thanks giving」이라 하여 오늘날까지도 행하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낙종기의 제전을 오월에, 추수기의 그것은 10월에 행하여 군중이 한데 모여 천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주야를 쉬지 않고 즐겁게 놀았는데(군민이 동락하였는데) 이 제사를 수리라고 했던 것 같다. 후세에 5월단오를 수릿날이라 하며, 수리취떡을 만들고 술을 빚어 여러 가지의 놀이를 하며 십월을 상달이라 하여 초생에 집집이 신에게 고사하고, 선조무덤에 시제를 지내는 풍속이 있지만 이야말로 옛날로부터 내려오는 오월제 십월제의 유풍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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